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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을 구하면서, 나는 드디어 부모님의 품을 떠나 자취를 시작했다. 처음엔 자유에 대한 설렘이 컸다. 언제든지 내 맘대로 밥을 먹고, 밤늦게까지 TV를 보거나 친구를 초대해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나를 들뜨게 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달랐다. 자취 초반엔 설거지를 하루 넘기기도 하고, 세탁기를 돌려놓고 까먹는 바람에 젖은 빨래를 이틀 넘게 방치한 적도 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식사였다. 처음엔 요리 유튜브를 보고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퇴근하고 나면 너무 피곤해서 결국 컵라면이나 배달음식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취는 나를 성장시켜줬다.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같은 생활비를 직접 계산하면서 돈의 소중함을 느꼈고, 집안일의 무게를 실감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도 커졌다. 가끔은 외롭기도 했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평온함과 자유도 분명 존재했다.
지금은 자취 2년차에 접어들었고, 나만의 루틴도 생겼다. 주말마다 밀프렙을 해두고, 청소도 정기적으로 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귀찮을 땐 라면을 먹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혼자 사는 삶의 묘미 아닐까?